안녕하세요 이광재입니다.😃
6월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달입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두 가지 마음을 되새겨봅니다.
73년 전 한반도는 전쟁의 화마에 불탔습니다. 분단의 비극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숨 쉬듯 누리는 평화는 선열의 피와 눈물 위에 이룩한 것입니다. 하나의 애국, ‘나라를 지키려는 마음’이었습니다.
36년 전 군사독재의 억압은 참혹했습니다.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거리에 모였습니다. 총칼 대신 투표가 권력을 만드는 세상을 열었습니다. 또 하나의 애국, ‘나라를 바꾸려는 마음’이었습니다.
모두 숭고하고 위대한 애국입니다. 값을 매기고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지요. 6.25 전쟁과 6.10 민주항쟁에서 빛난 두 마음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힘과 평화, 산업화와 민주화, 진보와 보수는 새의 양날개처럼 함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아끼는 풍토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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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여는 문장
“애국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애국은 실천하는 것이다.”
- 채명신 장군 (1926~2013) -
매년 6월 6일 현충일이면 채명신 장군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2013년 가을, 장군이 돌아가시기 두 달 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스물넷에 백골병단을 이끌고 북한 땅에서 게릴라전을 펼친 전쟁영웅. 서른아홉에 주베트남 한국군 사령관으로서 국내 최초 파병 전쟁을 지휘한 리더. 하지만 그는 전쟁광이 아니라 평화주의자였습니다.
그에게서 인간의 얼굴을 한 군인을 보았습니다. 채 장군은 백골병단으로 활동하던 중 강원도 인제에서 적장 길원팔을 사로잡았습니다. 적이지만 유능했던 그를 죽이기 아까워 나라를 위해 같이 일해보자 설득했습니다. 끝내 전향을 거부한 그의 자식들을 거둬주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후엔 장군의 묘역이 아닌 사병의 묘역으로 걸어갔습니다. 말이 아닌 실천하는 애국, 그 뜨거움이 가슴으로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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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이뤄낸 모범 국가입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G7을 넘보는 경제 성장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폭압적 군부 독재 국가에서 시민의 힘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성취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배우자” 앞다퉈 이야기하는 이유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국가는 성공했는데 우리 국민의 삶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습니다. 기성 세대도, 젊은 세대도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성장만이, 민주화만이 지상 목표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집념이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각자의 목표에만 매몰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결과가 '경제 선진국, 행복 후진국'인 오늘의 대한민국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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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2월 22일
대한민국은 수출 100억불을 달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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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26일 부산 문현교차로에서
고명진 사진기자가 찍은 '아! 나의 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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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저 또한 거듭 반성합니다. 87년 6월 직선제만 달성하면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낙관이 있었지요. 그러나 국가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못했고, IMF 이후 국민의 삶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DJ 정부는 국가적 위기를 이겨냈습니다. 이어 노무현 정부가 ‘구시대의 막내, 새시대의 맏형’을 자임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질서는 우리의 보폭보다 더 크게 요동쳤지요.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기술 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숙제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23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산업화, 민주화 그 다음 우리의 목표와 철학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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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관광재단, KBS,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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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마다 받아보는 뉴스레터, 오늘은 특히나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단체 사진에서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무총장님 사진으로 단체 사진을 만드신 센스!!! 너무 재미있네요."
-조00님-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달라.' 귀인을 찾는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의 귀인이 되는 게 삶의 진정한 가치라고 느끼는 요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이광재와 5분 산책' 1호와 마주한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호가 되었습니다. 행복한 아침의 시작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00님-
답장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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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당대로1, 사람사는 이곳
총성이 울리며 국회도 피란길에 올랐다
- 부산 무덕전 '피란 국회' 시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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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무덕전
(임시의사당 1951.06~195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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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5월 제2대 국회가 출범했습니다. 그러고 약 한 달 후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정부는 전황에 따라 부산으로, 서울로, 다시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국회도 피란길에 올라야 했지요.
대구 문화극장을 거쳐 부산 문화극장으로, 서울 수복과 함께 잠시 중앙청으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51년 1.4 후퇴 이후 정부는 부산을 ‘피란 수도’로 삼았고, 국회는 그해 6월 옛 경남도청 옆 무덕전(武德殿)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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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06.19
제2대 국회전반기 의장단
(장택상 부의장, 신익희 의장, 조봉암 부의장) |
1951.05.14
거창양민학살사건 조사 등이 이뤄진
피난국회 본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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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수도 시절을 조명한 지역 언론과 국회 기록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무덕전은 원래 이름 뜻대로 각종 무예 시합이 열리고, 경찰관들에게 무술을 교육하던 공간이었습니다. 임시 국회는 이곳에서 각종 법률과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전시 입법 활동을 이어갔어요. 1952년 2월엔 국회도서관도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관저(경무대)는 경남지사 관사, 행정부는 경남도청과 부산시청, 대법원은 부산지방법원을 사용했습니다. 대청로 일대에 입법, 사법, 행정의 핵심 기관이 모였던 것은 전시 주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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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수도 당시 부산 내 국가기관 위치
(출처 :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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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덕전은 우리 현대사의 그늘이 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1952년 5월 25일 이승만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다음날 출근길 국회의원 40여 명이 탄 버스를 크레인으로 끌어 헌병대에 강제 연행했습니다. (부산정치파동)
이른바 ‘발췌개헌’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최초 개헌을 향한 폭력적인 과정이었지요. 이는 이승만 대통령 장기 집권의 시발점이었습니다. 끝내 1952년 7월 4일 밤, 의원들의 기립표결과 함께 발췌개헌안은 국회를 통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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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05.26
출근길 국회의원 강제 연행
(부산정치파동) |
1952.07.04
야간 회의에서 기립표결로
발췌개헌안이 통과되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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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화 속 국회의 명맥을 이으려는 의지가 깃들어있으면서도, 폭력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사의 아픔을 간직한 무덕전 임시의사당. 1953년 서울 환도와 함께 무덕전 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2004년 무덕전 건물이 철거된 자리엔 동아대 부민캠퍼스 국제관이 들어서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별도 출처 표시 없는 사진들은 국회기록보존소에서 가져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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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국회박물관 제2전시실 <6.25 전쟁의 발발과 피난 국회>
-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 기록정보 콘텐츠
- 대한민국 국회 공식채널 <국회의 역사, 이런 일이 있었어?>
- 국제신문 <이야기 공작소-피란수도 부산...1023일간의 이야기>
- 부산일보 <피란수도기 주요 국가기관 위치는>
- 내일신문 <한국 의정사 100년을 걷다 - 제2대 국회 개원 6일만에 한국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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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밤 이 음악&영화 🎥
역사의 진보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
- 영화 <1987>(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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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복구와 산업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의 다음 과제는 민주화였습니다. 그 시절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 많지만, 영화 <1987>이 6월 항쟁의 가치를 가장 의미있게 짚었던 것 같습니다.
소수의 영웅 사관에서 벗어나 ‘모두에 의한’ 역사 진보를 말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두 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문 희생자와 유가족, 검사, 언론인, 운동가, 종교인, 의사, 교도관, 대학생... 인물 모두 저마다의 의지와 양심으로 정의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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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87년 민주화는 큰 걸음이었지만, 이 또한 역사의 시간 속에 흘러 멀어지고 있습니다.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하되 내일의 더 큰 변화를 꿈꾸는 일도 중요하지요.
국회의원 첫 임기를 지낸 2006년, 저는 문체위 국감장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우리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이제 ‘더 좋은 민주주의’ 시대로 전환할 때입니다.”
이제 여러분과 더 좋은 민주주의의 길을 함께 찾아나갔으면 합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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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kjwj@naver.com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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