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 벽면
(출처 : 영화전문 블로그 '익스트림 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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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재와 5분 산책' 서른 여섯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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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제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네, 맞습니다. 약 1년 5개월에 걸친 국회사무총장으로서 임무를 이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공직 생활의 한 장을 넘기는 순간이 오네요. 국회의 실무와 살림을 이끌며, 국정을 큰 시야에서 바라본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삶, 보람과 책임을 등에 지고 사는 삶은 고단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에 제 소명이 있다면, 앞으로도 기꺼이 몸을 던지려 합니다.
‘이광재와 5분 산책’은 다음 주를 마지막으로 잠시 쉬어갑니다.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깊이 고민하고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좋은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고 합니다. 영화가 준 생생한 감정, 묵직한 질문이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마음에 남아 ‘인생의 영화’로서 다시 펼쳐진다는 뜻이지요.
휴식기가 길어지지 않도록 치열하게 살아보겠습니다. 그리고 '5분 산책 시즌2'로 멋지게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과 만들어갈, 또 한 번의 영화를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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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식사합시다> 톺아보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 열무김치 &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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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줄곧 내 인생을 회고하며 이야기를 풀었으니 마지막도 그렇게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 굳이 내세울 부분이 아니라서 그동안 언론에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인데, 나는 원래 법학과가 아니라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나중에 학과를 옮긴 것이다. 태생(?)을 말하자면 문과가 아니라 이과다. 그것도 흔히 말하는 공돌이. 화학자가 되고 싶었다. 촉매를 이용해 특정한 물질을 다른 물질로 거듭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중세에 태어났다면 나는 연금술사가 되지 않았을까? 이 촉매라는 존재가 참 신비하고 놀라웠는데, 암모니아를 질소로부터 만들어낸다는 말을 듣고는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p.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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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상황실장을 하던 때의 일이다.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에 갔다가 돌아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니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남북 문제를 풀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남북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궁극적으로 풀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새삼 깨달았다. 북한·미국·중국·러시아 어느 하나하고만 틀어져도 이룰 수 없는 고차함수를 풀어야 하는 일이다. (p.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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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은 더 강해져야 한다
새로운 협력의 공간을 열어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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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무대에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것은 오직 국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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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관계를 감추기 위해 이쪽은 정의, 저쪽은 불의로 갈라 세우는 식인데, 우리는 지나치게 순진하게 한쪽만을 정의라고 착각하면서 다른 한쪽을 악마화하는 선동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대립과 경쟁에 있어 어느 일방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제반의 문제들을 두루 냉정하게 살펴볼 시점에 있다.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 생각을 멈추고 ‘무조건 저기!’라며 나아가는 순간, 우리는 정상적 인간이 아니게 된다.
모든 것을 국익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특정한 분위기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이성은 사라지고, 적과 아, 동지와 원수, 흑과 백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차분하고 냉정하게 세상을 살피고 있는가? (p.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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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러 사이 한반도의 길을 고민했던
9년의 '정치 공백기'... 비움과 채움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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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강만길 교수를 강원도 양양 바닷가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해변을 걷다 “역사는 무엇입니까?”라고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모래 위에 천천히 글씨를 썼다. 史.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史 가운데 사람이 있지요? 바로 그것이 역사입니다.”
중용이나 중도는 비겁하고 색깔이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가 합의에 이르러야 이룰 수 있는 가치가 중용이고 중도다. 적당히 중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중용의 역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p.312-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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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신했지만 돌아보면 나는 흠결이 많은 사람이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권력의 핵심에 이르렀으니, 그때에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점도 많았고, 처음 접하는 상황에 당황하는 경우 또한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실수를 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면서 한숨을 내쉬곤 한다. (p.315-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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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만드는 과정을 즐기기도 하지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 애인, 손님의 표정에서 최상의 만족을 느낀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그러한 요리사의 심정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과거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 행복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뛰어난 요리사가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날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조리대 앞에 서는 것처럼 정치인 또한 그래야 할 것이다. (p.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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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멀티 팩터’인 만큼 나 또한 평면으로 살지 않았다. 입체로 살았고 울퉁불퉁 살았다. 다만 분명한 ‘온리 원only one’이 있다. 요리에 다양한 레시피가 있는 것처럼 정치에도 다양한 레시피가 있지만, 내가 끝내 고집하는 온리 원 레시피가 있다. 첫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 역사를 배신하지 않으려 자신에게 단호했던 것처럼 국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레시피. (p.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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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다다르면 길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길이 나온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p.319)
-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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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같이 식사합시다>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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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인연으로 산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축복
- 국회사무처 가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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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로서 가장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일까요? ‘유능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구나’ 느낄 때입니다.
장관급 공무원인 국회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며, 많은 분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보통 국회라고 하면 의원과 보좌관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5천 명이 넘는 국회사무처 직원 가족들도 함께 대한민국의 불을 밝히고 있지요.
치열한 고민이 묻어난 보고서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던 회의들, 인간적인 고민을 터놓고 나눈 대화의 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무거운 책임을 함께 짊어준 국회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일 많이 시키는 사무총장 만나서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임무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회,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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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정치를 향유하는 N분의 1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정치를 만들어 내는 N분의 1 생산자이기도 하다.' 좋은 글은 쓱 읽기만 해도 깊은 울림과 공감을 주는군요. 저부터 자각하고 살아야 겠습니다. 국민들이 맛있고 편안한 밥상머리에 앉아 오손도손 밥먹을 수 있도록 좋은 정치, 편안한 정치, 그리고 확실한 정치, 당부 드리고 늘 지지할게요."
-방00 님-
"생각이 같은 사람이랑 토론을하면 재미가 없을때가 있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이랑 토론을 하면 나도 배우면서 세상에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이해하고 배우는 경우도 있지요."
-A00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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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kjwj@naver.com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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