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 곳곳에는 기념식수로 심은 나무들이 많다. 주로 국회의장 등을 지내신 분들이 재직기념으로 심은 것들이다. 나무는 대체로 소나무, 주목 등 관상용이 대부분이다. 2023년 12월 28일, 오늘 국회 사무총장에서 물러나는 이광재도 금년 4월 식목일에 국회에서 기념식수를 했다. 이광재는 어떤 나무를 심었을까?
국회 안에 기념으로 심은 나무들
식목일 행사를 앞두고 담당 부서에서 행사계획을 보고하며 몇 종류의 나무를 추천했다. 역시나 소나무 등 관상용 나무가 추천되었다. 행사 계획서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이광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뭐라도 따먹을 수 있는 나무를 심자. 대추나무 어떨까?" 그렇게 이광재의 기념식수로는 '대추나무'가 선택되었다.
대추나무 아래 우비 6형제
"뭐라도 따서 먹자" 지난 1년 반 동안 이광재의 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하며 보고, 듣고, 느낀 이광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것이다. 일을 하면 반드시 실속있는 성과를 내자는 주의다. 고인 물이 되지 말고 조금이라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가자는게 초지일관 이광재의 지론이었다. 이광재의 최대 관심사는 미래의 대한민국이 먹고사는 문제다. 오죽하면 최근에 펴낸 그의 책 제목이『같이 식사합시다』일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회에 남긴 이광재의 흔적은 적지 않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누구나 쉽게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오늘의 국회』라는 플랫폼을 정착시켰다. 몇 년 동안 국회의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국회 사랑재 옆 빈 건물을 『강변서재』라는 핫플로 탈바꿈시켰다. 1년에 1,400회 이상 진행되는 국회의원들의 토론회와 세미나를 유튜브로 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위대한 수업'이나 '미래특강', '정책토론' 등 국회방송의 콘텐츠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했고 케이블TV 등과 공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인구·기후 문제 등 국가현안에 대해 국회의 연구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다. 국회 경내에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것도 이광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국가현안대토론회. 국회의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이다
이제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직접 고한다. 그래서 이실직고.
지금은 국회 경내만 운행하지만 내년엔 여의도역까지!
틈만 나면 '강변서재'에 들리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오늘의 국회'는 이광재 사무총장 취임 후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그렇다고해서 이광재는 영혼만 갈아넣는 스타일은 아니다. 국회의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는 일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의회외교정책과, 뉴미디어영상과, 법제분석평가과 등의 조직을 신설해서 국회의 만성적인 업무공백을 극복했다. 국회방송 직원들의 신분도 조금 더 안정화되었다. 특히 이광재보다 훨씬 젊은 나도 그의 디지털 마인드는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 정보화전략계획(ISP)를 완수했고, 본격적인 『AI국회』 사업 추진을 위해 100억이 넘는 예산도 끝내 확보해두고 사무총장 직에서 물러난다. 2024년도 국회 예산확보를 위해 정말 마지막까지 뛰어다녔다. '열심히 했다'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뛰어다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장까지 막무가내로 쫒아가서 국회 예산증액을 부탁하는 모습을 보며..정말 못말리는 이광재라고 생각했다.
정보화전략계획 ISP 완료 보고!!
빅데이터 업무협약을 맺을 때도 '과연 이게 될까?' 의심했었다.
국회 직원들에게 이광재는 솔직히 빌런이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때로는 기상천외한... 업무 주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힘들어했다.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많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많은 일들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이광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미래의 국회와 국회사람들을 위해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자기 분야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준 국회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싶다.
겨울이다. 이광재가 심은 대추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채 겨울을 견디고 있다. 내년 4월에 봄이 되면 잎이 나고 자라서 꽃을 피우고 주렁주렁 대추열매를 맺을 것이다. 종로의 오랜 주민, 이광재의 정치도 그러하길 기대해본다. 그가 가는 길을 응원한다.